연애 & 결혼

설거지론과 퐁퐁남에 대한 고찰

훈수맨 2024. 5. 3. 16:02

몇 년전 설거지론과 퐁퐁남은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해당 단어들의 의미는 아래와 같다. (표준어가 아니므로 부득이 나무위키를 참고했음을 양해바란다)
- 설거지론: 연애 경험이 전무하거나 매우 적은 남성이 젊은 시절 문란한 성생활을 즐겼던 여성과 결혼하는 행위를, 타인이 식사를 마치고 남은 더러운 식기를 자발적으로 설거지하는 것에 비유하여 비합리적인 선택임을 주장하는 인터넷상의 담론
- 퐁퐁남: 설거지론에서 '설거지'를 하는 배우자들을 조롱하는 신조어
 
일부 사람들은 이를 순진한 남성들을 일깨우쳐준 이론이라며 칭송했고 또 다른 사람들은 혐오주의적 생각이라며 이에 대해 비난하였다.
 
우리는 이러한 사회 담론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 설거지론은 왜 선풍적으로 유행하였는가?

인간은 불안감 또는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는 욕망이 강하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전쟁이 있어왔던 이유도, 그리고 현대에도 지역/학력/문신여부 등등으로 사람을 '거르려'하는 이유도, 본질적으로 불안감과 불확실성의 해소를 위함이다.
 
설거지론은 인간에게 내재되어있는 그러한 불안감을 건드린다.
 
'당신도 결혼을 하면 아내에게 잡혀사는 패배자가 될지 몰라' '성실하고 순진하게 자란 당신은 하마터면 피해자가 됐을거야' '세상에는 조건을 보고 다가오는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 조심해.'
 

# 설거지론의 의의

설거지론 담론에는 아래의 생각이 전제된다.
'결혼에는 사랑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
 
이전에는 많은 젊은 남성들이 열심히 살고 좋은 조건을 갖추면 여성들이 본인을 진심으로 사랑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들에게 사랑은 '사고 파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것은 큰 의의를 가진다.
 

# 설거지론의 문제점

그러나 많은 젊은 남성들이 설거지론으로 인해 건설적이지 못한 생각들을 갖게 된것 같아 안타깝다.
 
설거지론으로 인한 대표적인 왜곡된 생각은 아래와 같다.
1) 여자들은 젊을 때 즐기다 결혼할 때는 경제적 조건만을 따진다
2) 외모 또는 내면만을 보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다
3) 남자는 순수하게 여자를 사랑한다
 

1) 여자들은 젊을 때 즐기다 결혼 할때는 경제적 조건만을 따진다?

나는 이런 생각을 가진 남성들에 진심으로 안타까움을 느낀다. 진심어린 연애와 사랑을 단 한 번이라도 해보았다면 여자와 남자 모두 같은 인간이고 사랑은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사랑은 나이와 관계가 없다. 20살의 사랑이 30살, 40살의 사랑보다 진실하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나의 사랑이 80살이 되어도 20살의 그것만큼 밝고 아름답기를 바라며 그러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세상엔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이들이 훨씬 많다. 적어도 '현실 세계'에서는 그렇다. 소수의 그런 속물적인 여성이 존재함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것은 남자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그저 비정상인을 구분하는 능력이며 결혼이라는 행위 자체를 폄하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리고 노파심에 한마디 덧붙이겠다. 외모나 조건 등을 따지는 것 자체가 거짓 사랑인 것은 아니다. 사람은 결코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남자의 재력에 반했어도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고 남자의 성격과 내면에 반했어도 그릇된 사랑을 할 수 있다.
 
그저 본질은 사랑이다.
 

2) 외모 또는 내면만을 보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다?

'젊을 땐 잘생긴 오빠들이랑 즐기다가..'
설거지론에 꼭 등장하는 말이다.
 
나는 묻고싶다. 그렇다면 잘생겨서 하는 연애는 진짜 사랑인가? 그렇다면 돈 보고 하는 결혼은 왜 진짜 사랑이 아닌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근거는 아주 복잡하고 다양하다. 외모가 사랑의 모든 근거라면 차은우같은 존잘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사랑받을 수 없다는 절망적인 결론밖에 남지 않는다. 반대로 '내면을 사랑해야 진정한 사랑이다'라는 주장도 온전히 동의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외모, 성격, 직업, 재력, 사회성 등등 모든 요소는 사랑을 피우기 위한 원동력이 될 수는 있으나 결코 한 요소가 독립적으로 사랑을 결정하지는 못한다.
 
사랑은 '생기는 것'이 아닌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본 블로그의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참고 바란다.)
 

3) 남자는 순수하게 여자를 사랑한다

긴 반박이 필요 없을 것 같다. 남자도 여자의 조건을 따진다. 그리고 남자로 인해 불행한 결혼을 하는 여성도 많다.
 
행복한 결혼은 둘이 함께여야 가능하며 불행한 결혼은 그 누구의 문제로도 생길 수 있다.
 

# 설거지론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중요한 것은 여성의 연애 경험이나 당신의 재력 따위가 아니다. 당신은 그저 '함께 사랑할 수 있는 여성'을 만나고자 노력하면 된다.
 
진실된 사랑을 한다면 설거지론이나 퐁퐁남과 같은 말이 관계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들임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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