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니다 (feat. 신격화 & 악마화)

훈수맨 2024. 4. 9. 11:10

인간 사회는 선과 악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이를 만들어낸 것은 본질적으로

사회체계를 유지하고 사회 구성원들의

행동을 일정한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함이다.

 

예를 들어 사람을 죽이는 것은 '악'이다.

그러한 행위는 사회의 안전망을 흔들고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간의 정신력은 무한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사안에 대해서 하나하나 일일이 따지기보다는

'선 vs 악' 의 구도로 단순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인간에게는 편하다.

 

선악의 존재 이유와 함정

선과 악이라는 개념 그 자체가

사회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사회에 해가 되는 행동에

직관적인 사회적 제약을 걸어 둠으로써

사회의 안전과 신뢰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특정한 행동'이 아닌 '개인 혹은 집단' 에게

선과 악의 개념을 적용하는 것은

현대사회에서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선과 악이라는 것이 주관적일 수밖에 없을뿐더러

거의 모든 인간은 절대 선도, 절대 악도 아닌

복합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신격화와 악마화의 세상

'대한민국 3대 신앙은 유느님 연느님 치느님이다'

라는 말이 몇 년 전 유행했었다.

 

현재까지도 갓(God)oo, oo신 등

특정 인물에 대한 신격화 표현은 흔한 일이다.

 

물론 위와 같은 표현을 하는 사람들이

그들을 정말 신과 같이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걸,

그저 재미있게 표현하기 위함이란 걸 안다.

 

그러나 조금 더 예민한 주제를 살펴보자.

 

전두환, 박정희,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당신은 이 모든 인물을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어떤 누군가를 절대선이거나 절대악으로 생각하지는 않는가?

 

국회의원, 소방관, 의사, 경비원, 세입자, 건물주..

당신은 위의 집단들을 각각 선이나 악으로 구분하고 있는가?

특정 집단은 처단해야 하고

특정 집단은 옹호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세상을 선과 악의 대결로 바라본다면..

삶은 판단과 선택의 연속이다.

 

바람직한 삶은 주어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판단과 선택을 하는 것이다.

 

과연 선과 악으로 구분짓는 판단과 선택은

당신의 삶과 이 사회에 '최선'인가?

 

예를들어, 두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1. 주변 사람들을 무시하는 발언을 일삼는 A

2. 어려운 이들을 위해 봉사활동하는 B

 

A의 행동은 나쁘게 평가받고

B의 행동은 좋게 평가받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렇다고 A는 악이고 B는 선이라고 결론 내려야 하는가?

얼마 뒤 A와 B는 아래와 같은 행동을 했다.

 

1. A는 수 만 명의 고소득 고용을 창출하는 기업을 일궈냈다.

 (남들보다 잘 나가고 싶은 이기심 때문일 수 있다)

2. B는 근처 사육장을 모두 파손시키고 동물들을 탈출시켰다.

 (도축당하는 동물들에 대한 연민 때문일 수 있다)

 

A와 B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A는 악마기 때문에 기업을 일궈낸 활동도

그릇되었다고 손가락질할 것인가?

B는 선하기 때문에 남의 재산을 파괴한 행위도

옳다고 옹호해 줄 것인가?

 

심지어 이미지로 선악을 구분한다

뉴스, 인터넷, SNS, 유튜브...

우리는 실시간으로 정보를 접한다.

 

정보가 많아질수록 더 간단명료한 결론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선악의 구도는 더욱 선명해진다.

 

그리고 그 기준은 대부분 당신이 직접 겪은 것이 아닌

그저 전달받은 상상 속 이미지이다.

 

특정 인물이나 집단을 악마화하는 것은 너무나도 쉽다.

 

인간은 누구나 살면서 잘못을 저지르고

어떤 집단에도 2sd를 벗어나는 비정상적인 사람이 있다.

 

그러나 누군가의 잘못을 파헤치고 부풀리는 것만으로도,

특정 집단의 극소수의 인물을 조명시키는 것만으로도

악마화는 너무나도 쉽게 이루어진다.

 

그러나 세상은 복잡하고 이분법으로 해석할 수 없다

이미지 관리를 위해 봉사활동을 하는 연예인도,

어느 정도 마음속에 봉사정신이 있을 수 있다.

혹은 봉사활동을 하면서 봉사정신이 생길 수도 있는 일이다.

 

반대로 평소에 봉사정신 투철한 사람도

마음 한켠에는 남들보다 선하다는 우월감이 있을 수 있다.

 

이처럼 인간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한 가지 행동에도 여러 가지 감정과 생각들이 들어있다.

 

게다가 이기심과 이타심은 많은 경우에 공존한다.

또한 이기적인 의도가 이타적인 결과를 이끌어내기도 하고

이타적인 의도가 이기적인 결과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세상을 올바르게 바라보려면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내 자신과 사회를 위해

세상을 선악의 구도로 바라보면 안 된다.

 

세상엔 다양한 논쟁과 이슈가 있다.

정치, 사회, 문화 등 우리 삶과 밀접한 일들에 대해

우리는 선악이라는 기준으로 너무 편하게 판단한다.

 

그리고 무성의한 판단의 대가는

부메랑처럼 사회 구성원에게 돌아온다.

 

세상을 조금 더 가치중립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옳고 그른 행동과 말은 있을지언정

그리고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게 그러한 경향성이 있을지언정

각각의 사안에 대해서는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 A라는 정당을 지지하더라도

B정당의 옳은 말을 한다면 동의할 줄 알아야 한다.

 

당신이 좋아하는 인물의 발언이어도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반대할 줄 알아야 한다.

 

특정 직군이나 집단이 너무나도 밉더라도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를 진심으로 '듣고'

가치판단 할 줄 알아야 한다.

 

잊지 말자.

당신도 언젠가 악마가 될 수도 있고

이미 누군가에겐 악마일 수도 있다.

 

나는 그런 사회를 원치 않는다.

우리는 신도 악마도 아닌, 인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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